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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4   이런 걸 쓴 적이 있군.
2005.05.22   영화 남극일기
2005.05.11   마지막 포상휴가, 부대복귀
2005.05.09   일기장을 만들다.


이런 걸 쓴 적이 있군.
시인처럼 | 2005. 5. 24. 15:26

시기로 봐서 일병 2호봉이었을때, 휴가 나왔든지 외박 나왔을 때인 것 같은데...






별을 본다.
어두운 하늘이지만 그래서 별은 더 잘 보인다.
손가락 사이에서 쉬던 바람이 저 하늘의 구름을 데려 간다.
하늘과 나 사이에 구름은 잠깐 놀다 가기에 별도 다른 곳을 보지 않는다.
잠시 동안 몇 걸음 움직일 뿐.

그믐달이 어둠을 실어가는 밤이다.
희미한 회색 구름이 바람손을 잡고 놀다 간다.

---
그믐달을 타고 두번의 새벽을 건너고 한번의 어둠을 헤엄쳐 건너면 즐거운 나의 집으로...11월 22일.
---
몇일전 저녁, 새벽경계작전을 수행하면서...그림을 못 그리기에.






오랜만에 그때 그 기분을 느껴본다.

...끔찍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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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극일기
一喜一悲 | 2005. 5. 22. 12:26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외박을 나와서 남극일기를 봤다.

공장을 개조해서 만든 듯한 최고급(?)영화관에서 스크린 밑의 무대에 약간의 화면이 반사되어 느껴지는 실감나는(?)입체효과를 느끼면서 볼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같이 영화를 본 나를 포함한 4명 중 좋게 평한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는 것.

심지어 어떤 학생은 나오면서 핸드폰으로 친구에게 이런 얘기를 하더라.

"야, 내가 남극일기 방금 봤는데, 절대 보지마. 정말 영화 쉣이야."


영화의 대부분은 아니지만 중간 중간에 배경으로 나오는 남극의 모습은 솔직히 그냥 눈내린 벌판이었다. 색이라고는 흰색의 눈과 그림자뿐, 차라리 겨울의 툰드라벌판이 더 낳았다.

하지만 남극이 그런 곳이라 볼 수 있고 찍어서 보여줄 만한 것이 그것뿐이니, 남극일기라는 제목을 보고 자리에 앉았다면 그런대로 감상해줄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영화의 백미는 역시 송강호의 엄청난 연기력.

탐험대의 대장으로, 남들이 안 하는 것이며 못 하는 것을 함으로써 삶을 느끼는 인간으로, 그런 자신의 삶을 위해(혹은 비정상적인 부정(父情)일지 모르는) 혼자있기 외로워하는 아들에게 꾸중하는 아버지로 열연하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권력을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 옆에서 다른 사람의 비판과 지적을 묵묵히 바라보고는 혼자서 불안해 하면서도 대장만을 쫓아가는 유지태에서 한 두사람의 의견을 따라가면서 뚜렷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지 못하는(어쩌면 자신의 의견이 어떤건지 몰라서 침묵하는) 대중의 모습을 보았다.


한 조직의 리더로서 그들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 때문에 스스로 미쳐버림으로서 자신을 따라오는 사람들에게 불안함을 심어주면서도 그 광기에서 나오는 엄청난 카리스마와 추진력으로 팀을 이끄는 송강호의 모습은...어딘가 모르게 매력적이었다.


예전에 조수연병장하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는 2인자가 되겠다고 했다. 앞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1인자보다는 못 하지만 많은 권력과 부를 누리면서 편하게 살겠다고. 내 대답은 정반대였다. 나는 1인자가 되겠다고. 나에게 말한 지적처럼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떨어지는 깊이는 더욱 더 깊고 비참해진다 하더라도 내 인생에 있어 1인자의 권력과 그 지위를 가질 수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 아니겠냐고.


영화의 마지막에 유지태가 먼저 도달불능점에 도착하고 송강호가 뒤이어 도착한다. 그리고 나서 송강호는 도달불능점 표식을 뽑아버린다. 유지태는 말한다. 당신이 그것을 없앤것이 무슨 소용이 있냐고. 송강호는 대답했다. 아니, 형식은 대답이지만 내용은 투정이었다. 왜 내가 계속 가자고 했을 때 말리지 않았냐고. 왜 아무말도 하지 않고 따라왔느냐고.(뭐, 정확히는 안 들렸다. 공장을 개조한 최고급(?)영화관이었기에.)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도달불능점. 그곳으로 가려면 미쳐버려야만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곳으로 가는 사람의 마음에는 역시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라고 해도 미쳐가는것이 두려운 일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자신을 말려줘본다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영화는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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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포상휴가, 부대복귀
一喜一悲 | 2005. 5. 11. 17:51

지금 원주의 그 유명한 피씨방, 아이콘이다.


일반 인터넷만 되는 자리는 500원씩 하는데다가 시외버스 터미널 바로 옆에 있어서 찾아오기도 쉽다. 그래서 원주지역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에게는 유명한 피씨방.


1군지사에서 근무했던 창현이도 내가 여기 이름을 말하니까 바로 알아들었다. 그 만큼 좁기도 한 것이 세상. 사람들이 자주 가는 곳은 어떻게든지 서로 알고 있으니 내가 가는 곳이 여러군데가 아닌 이상에야 더 넓어지지는 않는 것.


아직도 부대 안에서 있어야 하는 날들이 십여일 남았지만 마치 전역한 기분이다. 집에 있었어도 예전처럼 어색하지가 않았고 부대에 들어가는 것도 부담스럽지가 않다. 말년 병장이란 바로 이런 것?^^;


지난 2년간 참으로 잘 버텨온 시간이었다. 여기저기서 많이 치이고, 바깥세상에 대한 동경으로 심난했던 시간들. 으윽,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덕분에 많이 깨닫고 많이 느꼈지만 역시나 군대는...좋은 점도 [많이] 있지만 안 갈 수 있다면 [반드시] 가지 말아야 할 곳이다.


복귀할 시간이 다가온다.


이번 휴가때는 심난한 일이 있었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서 별의별 일들이 다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만 그런 일을 겪는 것이 아니고, 이런 경험은 한 번쯤 겪어보는 것도 상관은 없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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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을 만들다.
一喜一悲 | 2005. 5. 9. 23:22

지금 부대에 가면 양지사에서 만든 갈색의 양장 제본 일기장이 있다.


프랭클린 다이어리에 할 일은 적지 않고 그날 그날 일기를 쓰곤 하는데, 일기가 아니라 하루하루의 자서전처럼,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말을 적는 것 뿐이다.


여기저기에 글을 올려두기만 하고, 그나마도 꾸준하지 않으니...어쩔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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