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시간은, 모르겠다. 그저, 걷자.
눈을 감고, 바다를 보며 걷자.
파도소리. 시끄러운 수다소리보다는 잔잔한 대화같은.
약간은 서늘한 바닷바람. 담배 한 대 물면 떠나가는 연기가 눈에 보일 정도로. 부는 듯 안 부는 듯.
맨 발. 발가락 사이에 물 묻은 모래가 묻어날 정도. 너댓발자국 걸으면 살짝 깊게 들어온 파도가 그 모래를 씻어낼 정도. 그리고 가끔씩 밟히는 해변으로 떠밀려온 해초.
긴 팔 면 남방. 문득 생각이 나서 나올 때 들고 나온, 방문 손잡이에 걸려있던, 오늘 아침에 입었는데 빨기는 그렇고 해서 걸어뒀던.
별. 졸고 있는 검둥개처럼 그믐달 떠 있는 밤하늘에, 오랫동안 보지 못 했던 은하수 흐르고.
눈 뜨고 떠 올리면, 지금 걷는 이 길이, 손잡고 갈 좋은 길.
--#1 거 왜 그럴 때 있잖아. 뜬금없이 뭔가 엉뚱한 일을 하고 싶은거. 지금 그래.
--#2 이런 거 쓰다 보면 왠지 모를 결벽증을 느껴. 맨 마지막 연은 각 행의 시작 단어를 1, 2, 3글자로 하고 싶고, 그러면서 띄어쓰기는 꼭 3칸에 7글자로 맞추고 싶었단 말야. 으엑, 변탠가봐.ㅋㅋㅋㅋ
--#3 밤 하늘을 검둥개로 보는 건 오래된 시상이다. 중학교 땐가, 고등학교 때부터 가지고 있던 모습이고, 언젠가 꼭 주제로 삼아 쓰고 싶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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