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아주 먼 옛날, 무슨 일이 있었냐면은...
一喜一悲 | 2008. 1. 20. 07:01
아무도 모르는 먼 옛날 아주 먼 옛날 아무도 모르는 어느 숲에 아무도 모르는 이름을 가진 짐승이 있었어요. 아침마다 해를 바라보며 휘파람 같은 울음소리를 내었고 시냇물을 마시면서 가끔 켈록거리기도 했답니다. 어느 날 안개가 자욱한 아침이었어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 짐승은 동굴을 나와 주변을 노닐었어요. 그런데 해를 바라보려 머리를 들었을 때 그 짐승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새의 모습을 보았답니다. 그 새는 아름다운 소리를 하늘에 흩뿌리면서 그 짐승의 머리 위를 맴돌았습니다. 짐승은 앞발을 저어보았지만 새는 잡히지 않았어요. 휘파람 같이 맑은 울음소리도 그 새의 것에 비하면 보잘 것 없었지요. 새는 떠나고 짐승은 새가 사라진 방향으로 가기 시작했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몇 번의 여름과 겨울을 지났지만 짐승은 새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울음소리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들려왔기 때문에 짐승은 멈추지 않고 조금씩, 하지만 매일매일 새를 찾아갔어요. 끝을 알 수 없던 아무도 모르는 어느 숲은 결국 바닥을 모르는 깊은 물까지 오게 되었지만 짐승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에서 하루가 지나지 않아 힘이 빠져버린 짐승은 물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어요. 그 순간 짐승의 눈에는 그 새가 보였지만 더 이상 아름다운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어요. 물결이 만들어 낸 새는 울지 않았고 그제서야 짐승은 깨달았어요. 울음소리는 자신의 것이었음을. 자신의 울음소리 또한 그토록 아름다웠음을, 익숙했던 나머지 잊고 있던 자신의 울음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을 때 알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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