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에 해당하는 글1 개
2007.12.30   태안에 다녀와서.


태안에 다녀와서.
一喜一悲 | 2007. 12. 30. 19:02
몇 단어로 말하자면,
죽음의 바다. 절망. 그리고 그 안의 희망.

첫 날, 방제복을 입고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올라섰다.
내 가 알던 바다는 더 이상 그곳에 있지 않았다. 파도의 끝에 머무르는 것은 검은색 기름덩어리였고 작은 암세포와도 같았던 그 덩어리는 끊임없이 주변으로 죽음의 무지개를 뿌려내고 있었다. 생명의 기운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모래사장 가운데 기름을 뒤집어써 흉측해진 바위 덩어리는 자신에게 기대어 살아가고 있던 많은 따개비들이 죽어버려 작은힘에 떨어져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듯 했다. 누군가의 안타까움이 가득 담긴 헌 옷으로도 바위의 기름을 닦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렇게 안타까워하는 누군가의 조언으로 돌을 들춰보았는데, 세상에. 게들과 알 수 없는 작은 생명체들로 가득해야할 그곳은 아스팔트를 깔아놓은 듯 검은 기름이 고여있었다. 이미 한 층을 이뤄 마치 돌을 띄워놓았을 듯한 그 모습에 잠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고마우신 분들이 제공해 주신 도시락에 있던 숟가락으로 퍼내봤지만 미끄러지는 기름은 한 번에 퍼지지도 않았다. 그저 주변의 돌들을 들어내면서 계속해서 기름을 제거할 뿐,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도, 해야 하는 것도 없었다.

둘째날, 만리포 해수욕장으로 갔을 때, 희망을 보았다.
끝 이 보이지 않는 모래사장. 바람을 타고 힘차게 해변을 때리는 파도와 함께 하는 그곳은 굉장한 넓이에도 불구하고 깨끗했다. 간간이 모래위에 작은 진드기처럼 떠 있는 기름덩어리가 있었지만, 먼저 왔던 자원봉사자들의 고생이 어떠했는지 알기에는 충분했다. 세세히 남아있던 기름을 제거하는 와중에도 힘들까봐, 추울까봐 걱정하면서 음식을 나눠주시는 분들도 계시기에 아직 생명이 돌아오지 않은 태안의 바다에서 희망을 버리지는 못하리라.

나름 할 일이 있어서 이틀만에 올라오기는 했지만, 나처럼, 나와 같이 갔던 아이들처럼 작게나마 꾸준히 바다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있기에 훗날 자식들과 함께 이 바다에서 물장구를 칠 수 있을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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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때에는 작업을 못 하게 하더라구요. 위험하긴 하죠.
만리포 해수욕장도 아직 완전히 깨끗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다 돌아왔습니다. 이제 주변으로 눈을 돌려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아직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는 곳에는 아스팔트처럼 기름이 펼쳐진 곳이 많아요.
수건으로 돌을 닦는 것도 좋지만, 삽이나 곡괭이를 가지고 돌을 들어보세요. 아주 지대로 많습니다. 물론 아이들은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시구요.
장화와 방제복은 계속해서 재활용 할 수 있는 물품입니다. 험하게 쓰지 말아주세요.

정말 눈에 띄는 도움이 되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 삽(곡괭이나 호미), 숟가락, 기름을 담을 용기를 준비하고 돌밭으로 가시면 됩니다.
힘들지만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 면수건, 칫솔(혹은 철수세미)을 가지고 가시면 됩니다.

정말, 다녀와보니 작은 손길 하나하나가 아쉬운 곳이더군요. 우리 국민의 힘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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