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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3   술 한잔, 그리고 장남 이야기 with 아버지


술 한잔, 그리고 장남 이야기 with 아버지
一喜一悲 | 2005. 6. 3. 03:27

거실 스피커 때문에 낮부터 이리저리 부품사러 돌아다녔다. 땜질 좀 하다 보니 아버지 오셨고, 아들된 도리로 당신께서 아들과 같이 이것 저것 하는 재미를 귀찮다고 할 수도 없어 그대로 보고 따라서 마쳤다. (솔직히 아버지께서 먼저 보여주시면 얻는게 꼭 있다. 그것이 좀 지겹기는 해도.)

아버지께서 잠이 안 오셨는지 고스톱이나 치자고 하시길래 어머니하고 셋이서 몇판 돌았나부다. 중간에 술이나 한 잔 할까...하시는데 뭐, 나도 오늘따라 술이 당기더라. 밖에 나가서 마시는 것이 더 좋았지만 안에서 드시자는데야 무슨 할 말이 있을까. 조용히 주안상을 보고 어머니는 언제나처럼 아버지 옆에 가만히 앉아계시고.


처음이야 좋지. 나 같아도 내 아들내미하고 술 마신대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지만 나는 그리 안 할지도. 왜냐고? 내가 해보니까 그거, 할 만한게 아니더군. 아버지 생각을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것이지만 자식 입장이어서, 더욱이 장남이기 때문에 내 생각을 이야기 할 수가 없더군. 언제나처럼 내 생각을 이야기해보려 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당신이 생각하기에 이미 결정을 보신 사항이라 내가 치고 들어갔다간 옆에 계신 어머니만 힘들어지시지. 아니, 이제는 내가 힘들어 질래나? 군대도 다녀왔겠다, 더 이상 내 편을 들어주실 이유가 없거든.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지만 그래도 지아비를 따라가는게 아내의 도리라고 생각하시는 분이니까 나를 타이르거나 혼내시거나 둘 중이 하나실거야.


나중에는 내가 하소연하는 식으로 (언제나 똑같았어.) 내가 장남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 입장을 돌려말씀드렸지. 그런데 항상 당하면서도 까먹었지 뭐야. 나에게 돌아오는 답변은 그런 부담주기 싫다고 하시는, 하지만 더 큰 부담을 지워주는 그런 이야기들. 내가 오죽 답답했으면 "제가 아들하고 이야기를 한다면 '너는 장남이다. 그건 니가 풀을래야 풀을수 없는 사슬과 같은 것이니까 그것을 벗어나는 생각과 행동을 하려 하지 말고 그 안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라고 말할 것 같아요." 라고 말씀을 드렸을까.


아...술이 들어가서 그런가. 군대를 다녀와서 그런가. 내가 생각하는 것은 그냥 그런 것인가. 그냥 오늘은 이런 불효스런 생각이 드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내가 효도하는 것은 있지. 적어도 장남이기에 당신의 생각에 반발하고 뛰쳐나가지는 않지 않습니까. 하긴, 아버지, 아직은 그것이 제게 피해가 더 많기 때문이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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