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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9   아버지의 회초리 2


아버지의 회초리
一喜一悲 | 2007. 6. 9. 00:43

나와 내 동생도 연년생이다. 거기다가 남매가 아닌 형제다.
그런데 동생과 싸웠던 기억은...
음...
비비탄 총 땜에 한번, 그리고 기억은 안나는 이유땜에 한번, 그리고...흠.
암튼, 손가락에 꼽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버지의 독특하신 훈육법 때문.

1. 형제 중 한사람이 잘못해도 형제가 같이 혼난다.
2. 크게 혼날 짓을 했어도 첫번째일 경우 솔직히 시인하면 혼나지 않는다. 단, 걸리기 전에.
3. 자신이 맞아야 할 회초리 댓수는 자신이 결정한다.
4. 자신이 맞을 회초리는 자신이 직접 깎아온다.

특히 4번.
나와 내 동생은 1번 땜에 같이 회초리를 고르러 나갔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좀 계산적으로 골랐고 동생은 그래도 좀 가는 것을 골랐다. 그럴 때마다 항상...
'형, 이게 더 안 아프겠지?' '야, 굵은걸 가져가면 아빠가 좀 더 살살 때려주실거야.'
그리고 조용히 집 문을 열고 들어와서 신문지를 펴고 칼로 나무껍질을 벗겼다. 우리가 꺾어온 나무가지가 하얀 속살을 드러낼 수록 우리의 종아리는 점점 더 저려왔다. 그리고 나서 두 아들이 나란히 종아리를 걷고,
'우성이는 몇대 맞아야 돼?!' '세대요.' '착, 착, 착.' '우근이는 몇대 맞아야 돼?!' '두대요.' '착, 착'
우리 형제는 절대로 반성문은 안 썼었다. 그 시간에 회초리를 깎았다.
사 실 이제 갓 초등학교 1, 2학년 짜리가 만들어온 회초리가 뭐가 더 아픈게 있었겠냐마는, 그걸 자기가 직접 만들고, 자신의 잘못의 경중에 따라 자신이 맞아야 할 횟수를 정하고, 그 모든 과정을 동생과 같이 하면서 내가 뭘 잘못했는지 충분히 늬우치게 되는 것, 그것을 원하셨던 것이 아니겠는가.

뭐, 오랜만에 회초리 얘기가 나와서.
이제는 잘못해도 회초리로 맞지 않는구나. 새벽 깊은 시간에 아들들의 피멍이 든 종아리에 후시딘을 발라주시던 아버지 손가락에 잠이 깨도 모른척 눈을 감고 있던 그때가 그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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