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 가을이 남아있다.
一喜一悲 | 2009. 11. 30. 06:19
  큰 아들은 북쪽의 서울에서, 작은 아들은 남쪽의 전주에서 생활하다 보니 대전에 계신 어머니께서 이따금 반찬을 해서 자식들에게 보내주신다. 두 형제가 입맛이 다르니 거기에 맞춰 싸주시는 수고로움이 어찌 감사하지 않으랴. 나에게는 고구마조림, 파김치, 뱅어포, 갓김치 등이 입맛에 맞는데, 동생은 어떠할지 모르겠다.

  엊그저께에도 택배로 보내주신 반찬을 같이 생활하는 사람이 받아주어 냉장고에 넣어놨고, 오늘 반찬통에 넣어둘 생각으로 뜯었다. 근데, 평소처럼 양념의 검붉은 색이나 백김치의 희여멀건한 국물이 보이는 건 같았는데, 어울리지 않게 노란색이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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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

  국화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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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때 녹차 티백을 PET 병 뚜껑에 고정하여 하루동안 놓아두면 1.5리터 들이 한 통이 적당히 맑은 녹차로 만들어져서 간간이 먹곤 했다. 한 두어달 전 부터는 책상에 찻주전자 하나를 두고 차를 마시고도 있는데, 茶道에 정통하다거나 대령 숙수의 미각을 가졌다거나 신의 후각을 가진 것이 아닌지라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차로 마시고 있다. 그 중에서 '이우성 차트'의 1순위를 차지하는 것이 국화차이다. 티백에 담긴 일반 차라든지, 커피등은 너무 진하기에 컵 하나에 필요한 양을 나는 찻주전자 하나에 사용하고 있다. 뭐, 그거야 2순위의 이유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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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화를 제일로 치는 것은 그 향이 가을을 쏙 빼닮았기 때문이다. 바람결에 국화향이 코 끝을 스치기라도 하면 하루가 그토록 아름다울 수 없다. 수풀의 냄새인가 하면 스스로의 향을 잃지 않고 있음을 알려온다. 흔하디 흔한 향인 것 같으면서도 자신만의 향을 간직한 품이 선비의 꽃이라 할 만 하다. 그 색 또한 아름다우면서도 튀지 않아 황금의 빛깔을 닮아 있으면서도 주변과 어우러질 수 있는 색을 하고 있다. 그 뿐이랴. 꽃잎만 남아 말라가면서도 풍성한 모습을 잃지 않으며 그 향은 살아있을 때의 진함과는 다르게 은은함으로 바뀌어 가는 것은, 꽃 한 송이가 사람됨이란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주는 최상의 경지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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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이렇게 해서 책상위의 즐거움이 하나 더 늘었다. 그저, 큰 아들의 취향을 기억하시고 챙겨주신 어머니께 감사할 따름이다. 꽃차를 제대로 마시는 법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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