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처방 내리기
一喜一悲 | 2009. 8. 25. 03:12
  감기에 걸렸을 때 이불 속에만 있으면 더욱 심해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몸이 으슬으슬할 때 누워있으면 편하긴 해도 오히려 머리가 아픈데, 땀을 좀 내어주면 오히려 감기가 빨리 떨어지던 경험을 몇 번 해보고 나서 알게 된 것이다. 사실 스스로 터득한 것이 아니라 동생의 경우를 보고 알게 된 것이다.

  대전에 있었을 때이니, 대략 중/고등학생때였던것 같다. 내가 열로 고생한 것은 초등학교 이후로는 한 손에 꼽지만 내 동생은 열로 고생할 때가 많았다. 덕분에 우리집 구급함에서 해열제는 절대로 떨어지는 일이 없었다. 동생은 언제나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고 좀 쉬는, 전형적인 열나는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금방 낫는 것도 아니고 한 이삼일은 골골대었다. 그런데 어느 날엔가는 아버지께서 동생에게 해열제를 먹이지 않고 집 뒤 보문산으로 데려가셨다.

  몸에서 열이 나면 살갗이 예민해져 옷이 쓸리기만 해도 따갑게 느껴진다. 무릎이나 발목은 왜 그리 시큰한지 움직이기 힘들고, 근육은 마음대로 조절되지 않아 조금 움직이는 것도 힘들게 느껴진다. 그 상태에서의 산행이라니, 힘이 든다는 정도가 아니라, 이를 악물고 산을 올라야 했을 것이다. 그런 동생을 데리고 올라가시는 아버지는 조금만 더 올라가자는 말씀을 몇 번이나 하셨을까. 그렇게 동생은 아버지를 따라 산에 갔다오고 나서야 해열제를 먹고 한 숨 잠이 들었다. 그런데 평소대로라면 일어나도 아직 안 좋다, 어쩐다 해야 할 녀석이 자고 일어나니 아주 가뿐해 하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시면서 아버지는 아플 때 움직여서 낫게 해야할 때도 있노라 하시던 모습이 내 기억에도 남아있는 것 뿐이다.

  감기만이 아니다. 슬럼프, 침체기, 저기압 등등 기분 나쁘거나 일이 안 풀리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은 여러가지가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당연히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거나, 좀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거나 하는 식의 조언과 다짐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해결될 때가 100% 였던가? 오히려 문제가 되는 부분을 좀 멀리 함으로써 못 보던 부분을 포함하여 크게 보게 되고,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 이해하게 되고, 다시 끌어안기에 충분해질 정도로 여유가 생겨 괜찮아질 때가 분명 있다.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가위를 들고 가까이 다가서는 것 보다 선선한 창가에 올려놓고 잠시 거리를 두는 것이 나을 때가 있는 법이다. 누구나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이, 언제나 맞을 수는 없는 것이다.

  지하철 2호선 합정역의 광고판 중에는 파룬궁 광고가 있다. 중국의 수련법의 하나라는데 잘은 모르겠다. 아무튼 기공술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풍월을 주워담은 것들을 되새겨 보면 인간의 몸은 소우주요, 세상은 대우주로서 그 돌아가는 이치가 같다고 한다.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코웃음치고 돌아설 말이지만, 시행과 그에 대한 결과를 통해 보자면 아주 무시할 수는 없는 말이다. 비단 감기 뿐이랴. 사회 돌아가는 것이나 사람 사는 것이나 내 몸 하나 건강하게 하는 것이 뭐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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